“♪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

졸업의 계절이다.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2월 내내 전국의 각 학교에서는 졸업식 행사가 펼쳐졌다.

기억 저편 졸업식 풍경은 운동장 가득 퍼지는 교장선생님의 가슴 찡한 훈화와 헤어진다는 이별의 아쉬움, 여기에 후배들의 슬픈 송사가 더해져 가슴 울컥 뜨거움이 치밀고, 학생은 물론 교사도 학부모도 코끝이 찡해지는 진한 감동으로 눈물바다를 이루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졸업식장에서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기성세대의 가슴 한 구석에 아련히 남겨진 예쁜 추억일 뿐이다.

요즈음의 졸업식,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이것으로 졸업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밀가루를 뿌리는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계란과 케첩이 뿌려지고, 입고 있던 교복들을 서로 찢어주며 찢김을 당한다.

몇 해 전까지 만해도 이런 일련의 난동(?)들을 소위 노는 학생들, 일부 철부지 학생들의 볼썽사나운 행동들로만 인식했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할수록 일반 학생들도 어색해하거나 거부감을 갖기는커녕, 일종의 ‘졸업 퍼포먼스’, ‘졸업 축제’의 한 종류로 여기며 즐기고 있었다.

“새 하얀 밀가루는 새 출발 하자는 의미구요. 밀가루가 떨어지지 말라고 계란 등을 뿌립니다. 또 억압과 구속의 상징인 교복을 찢어 해방을 표현합니다.”

질책하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에게 그들이 당당히 던지는 말이다.

하지만 다수의 학부모들의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그리 곱지 않다. 학생들의 잘못된 생각과 무너진 공교육의 단면이라며 학교와 정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어린학생들을 나무라기 전에. 우리 부모세대가 그들을 헤아려보면 안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험하게(?) 만들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강요당했던 학업스트레스와 입시 중압감이 그렇게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그들만의 ‘추억 만들기’를 위한 새로운 이벤트가 창출돼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졸업식이 지역인사, 공로학생, 모범학생들만을 위한 자리이기보다는, 모두가 만끽할 수 있는 건전한 축제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서경숙(시흥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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